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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5일 수요일

여성용 실리콘 자위기구 사건 : 자위기구의 음란성 판단

성인용품-여성용 자위기구에 관한 사건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섹스왕국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게 무슨 조선시대스러운 풍경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건이었는데, 사건개요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한 성인용품 수입업자가 여성용 자위기구를 들여오려고 했는데, 이게 '음란한 물건'(정확히는 관련법상 "풍속에 반하는 물건")이라서, 즉 현행법상 불법이라 그 수입이 금지(수입통관보류처분)되었나보다.
당연히 이 수입업자는 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일심과 이심에서 업치락, 뒷치락하며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 그 대법원 판결이 나온거다.
판결요지를 다시 요약하면 '남자성기 모양의 여성 자위기구라도 음란한 물건이 아니다'라는 판결.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보는데, 이런 송사가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기존 관련 판례들을 한번 찾아봤다.


우선, 자위기구와 관련한 사건에서 문제되는 쟁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1. 자위기구는 '음란한 물건'인가?(즉, 그 자체로 불법인가?) 답 : 그건 아니다  
2. 자위기구 전부가 음란한 물건은 아니라면, 어디까지 합법이고, 어디까지 불법인가? 자위기구의 음란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 남성용 자위기구와 여성용 자위기구는 달리 취급되는가?
3. 특히 '음란물건 전시'가 문제되는 경우에 그 전시형태(쇼윈도인가/내부진열장인가/온라인게시물인가)는 범죄성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1번은 생략하자. 간단히 답했지만, 자위기구가 곧 '음란한 물건'은 아니라서, 그 자체로 '자위기구 = 불법'은 아니다.
그랬다면 섹시고니의 '섹스파티'도 불법파티였을테다(기념품이 자위기구).
또한 메기 질렌할은 어쩔건가?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이면서 유명한 배우인 메기 질렌할은 영화 ‘히스테리아(Hysteria)’ 촬영 스태프 전원에게 통큰 선물을 했단다.  그녀가 나눠준 선물을 풀어본 스태프는 모두 얼굴을 붉혔다. 박스 안에는 섹스토이 ‘바이브레이터’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2번. 3번.과 관련해서 간단하게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자. 이하 자위기구의 음란성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살펴보자. 


 1. 여성용 자위기구 / 돌출콤돔은 음란하지 않다. (대법원)
판시사항 / 재판요지
음란한 물건의 의미 및 여성용 자위기구나 돌출콘돔이 음란한 물건에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음란한 물건의 정의) : 음란한 물건이라 함은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 또는 만족케 하는 물품으로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것인바,

여성용 자위기구나 돌출콘돔의 경우 그 자체로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하여도 그 정도만으로 그 기구 자체가 성욕을 자극, 흥분 또는 만족시키게 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0.10.13. 선고  2000도3346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건판매】


여성용 자위기구에 대한 판결은 최근 보도된 판결이 최초 선례는 아니고, 이 판결이 선례로 작용하는 것 같다.


2. 신림동 성인용품점 사건 : 남성용 자위기구의 매장 내부 진열장 전시는 음란하지 않다. (서울지법 항소심)
피고인은 남성용 자위기구를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용품점의 내부진열대에 진열, 판매했다. (...) 이를 두고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 2003.1.29. 서울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이재환 부장판사)  
       
        위 사건은 음란물건전시 혐의로 약식기소(벌금 200만원 구형)된 신림동 P 성인용품점 이모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함으로써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일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검사가 항소했고, 역시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내부진열대에 진열, 판매"했다는 부분이다.
        요즘은 오프라인보다 오픈마켓..또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다리품을 팔기보다 앉아서 컴퓨터로 쇼핑하는 시대이다.
        성인인증을 받아 들어가는 쇼핑몰에 대한 제재는 너무도 어이 없다.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21세기 미래지향적인 시대인가.



3. 여성용 실리콘 자위기구 사건 : 오늘 다룰 이야기!

          세관은 음란하다고 판단하고, 수입업자는 아니라고 맞선 사건인데, 아무튼 일심에서는 수입업자의 주장이,
          원심(이심)에서는 세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대법원에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원심을 파기하고,
          결국 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다. 언론(로이슈)에 보도된 대법원 판결문(주심 신영철)을 참조해,
          발췌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붉은 괄호는 간단한 소감.  
“여성용 진동 자위기구인 이 제품은 전체 길이가 21.5cm 정도이고, 진동기가 내장돼 있으며, 실리콘을 재질로 사용해 귀두를 묘사하는 등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재현(문제 제품의 스펙. ㅡ.ㅡ;)했다고는 하나, 그 색상이 사람의 실제 피부색과 많은 차이가 있는 등 색상 및 형상이 남성의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면 불법?)하다”

“이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더라도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물품이 음란하다고 봐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원심 판결에는 표현물의 음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 2009. 7. 9. 대법원(주심 신영철), 

이 사건과 가장 먼저 살펴본 '돌출콘돔' 사건은 그 적용법조를 달리 하는 것 같다. 이 사건은 그 적용법조가 '관세법 234조 1호'로 추정된다. 이 사건의 일심(지방법원) 판결로 추정되는 사건을 보면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있다. 여기에선 대법원의 입장과 같이 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판시사항 / 재판요지  
1.관세법 제234조 제1호에 정한 ‘풍속을 해치는’의 의미 및 ‘풍속을 해치는 물품 내지 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수출입금지물품으로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 내지 음란물’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물품의 용도나 기능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 일반의 건전한 통념과 가치질서,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개인의 기본권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여성용 자위기구가 관세법 제234조 제1호에 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수입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 물품의 용도 및 기능이 여성용 자위기구라 는 이유만으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그 물품의 잠재적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그 물품이 음란물에 해당한다거나 우리 사회의 건전한 가치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여성용 자위기구가 관세법 제234조 제1호에 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인천지방법원 2008. 5.15. 선고  2007구합5725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일심 판결문 가운데 "물품의 잠재적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인상적이다. 당연한 소린데, 이런 지적을 인상적으로 느껴야 하는 것도 참 코미디다. 그래서 성을 돈주고 사기 가장 쉬운
       나라인건가. ㅎㅎㅎ. 섹스왕국, 룸살롱왕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가식적인, 한편으론 코믹한 송사들이 벌어져야 대한민국은
       고결하고, 거룩해지는건가. 이런 전근대적이고, 억압적인 성의식을 법제화하고 있는, 그리고 이런 송사가 코믹한 이율배반으로
       벌어지는 대한민국이야 말로 정말 음란하다. 


비판

물론 위 비교한 사건들의 판결문을 전부 면밀히 검토한 것이 아니라서 성급하게 단정하기는 곤란하지만, 적어도 판결요지와 언론보도에 나타난 바를 참조하면 성인용품점 운영자 및 관련수입업자의 영업행위에 대한 불법/합법의 예견가능성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판결이 아닌가 싶다. 즉, 자신의 행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판결을 참조하더라도 알 수 없을 만큼 혼동을 유발하고, 법원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판단한다. 더불어 거듭 강조하지만,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되는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왜 남성 성기모양은 그 허용도가 더 넓은지 그것도 이해 하기가 힘들다...
성욕은 사람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종족 번식을 위해서도 섹스는 필요하다.
남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혼자 해결 하겠다는데...이거야 말로 모순 아닐까 싶다...





ㅋㅋㅋㅋㅋ 즐거운 새벽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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